도시가 무너진 하루, 외교관들이 맞닥뜨린 현실과 영화의 출발점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극심한 혼란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살아 나가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현장감 있는 연출이 더해져, 관객은 시작부터 마치 그 도시에 함께 들어가 있는 듯한 압박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은 거대한 담론을 앞세우기보다, 상황 한가운데에 놓인 ‘사람’의 표정과 호흡을 집요하게 붙잡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커질수록 오히려 감정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손에 땀이 쥐어지는 긴박함이 꾸준히 유지됩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대사관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외부는 급격히 붕괴하고, 통신과 ..
정체가 드러난 다음 날, 평범함을 잃어버린 피터의 현실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한순간에 정체가 드러나 버린 피터 파커가 “다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이전 작품들이 성장기의 설렘과 학교 생활의 소동을 섞어 “친근한 이웃”의 톤을 만들었다면, 이번 영화는 그 친근함을 정면으로 깨뜨립니다. 뉴스와 SNS, 거리의 시선, 악의적인 루머가 동시에 몰려오면서, 피터는 더 이상 마스크 뒤에 숨어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초능력보다도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과정이 훨씬 현실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피터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MJ와 네드는 피터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폭풍에 휩쓸리고, 메이 숙모 역시 한순간에 ‘누군가의 가족’이 ..
반짝이는 무대 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오디션의 세계씽2게더(Sing 2)는 전편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동물 캐릭터들이 다시 한 번 무대 위로 돌아오는 이야기이자, “성공 이후의 삶”을 다루는 조금 더 성숙한 뮤직 애니메이션입니다. 첫 번째 작품이 완전히 바닥에서 출발해 작은 극장을 살려내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영화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한계와 두려움, 그리고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하는 순간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겉으로는 알록달록한 동물 캐릭터와 흥겨운 팝 음악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처음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이야기는 코알라 단장이자 연출자인 버스터 문이 유명한 공연 관계자에게 혹평을 듣는 장면에서 시작됩..
가벼워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무거운 것들을 안고 있는 토르의 지금토르: 러브 앤 썬더(Thor: Love and Thunder)는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타이카 와이티티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네 번째 토르 솔로 영화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한가운데를 장식한 작품입니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다시 망치를 든 가운데, 나탈리 포트만이 제인 포스터로 복귀해 또 하나의 토르가 되는 설정, 크리스천 베일이 신들을 노리는 고르로 등장하는 구성 덕분에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죠.:contentReference[oaicite:0]{index=0}이 영화의 출발점은 생각보다 쓸쓸합니다. 어벤져스 사가 이후, 토르는 가족과 동료를 연달아 잃은 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다시 정..
공룡이 일상이 된 시대, 쥬라기 시리즈가 던지는 새로운 전제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더 이상 “고립된 섬에서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 공룡이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전작들에서 공룡은 항상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할 존재였고, 인간은 그들을 관리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공룡은 숲과 호수, 도시 외곽과 농장까지, 지구의 다양한 환경 속에 자리 잡은 야생 생명체로 등장합니다. 이 전제 하나만으로도 쥬라기 시리즈가 처음 출발했을 때와 비교해, 세계관의 크기와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시게 됩니다.영화는 초반부터 인간과 공룡이 뒤섞여 살아가는 풍경을 빠르게 보여 줍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옆으로 날아가는 익룡, 항구에 나타..
멀티버스가 일상이 된 세계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말 그대로 MCU에서 본격적으로 ‘멀티버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작품입니다. 1편이 마법과 시간의 세계를 처음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영화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언급되어 온 멀티버스 개념을 한껏 끌어올려, 스티븐 스트레인지라는 인물의 내면과 선택을 비추는 거울로 활용합니다. 다른 평행 세계의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 이 영화는 더 이상 단순한 마법 액션이 아니라 “내가 걸어오지 않은 길들”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됩니다.이야기의 출발점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스트레인지는 여전히 뉴욕의 마법사로 도시를 지키고 있고, 세상 사람들에게는 어벤져스 사태를 해결한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유롭게 유머를 주고받는 그의 모습 뒤..
바다로 확장된 판도라, 눈으로 느끼는 새로운 세계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은 제임스 카메론이 1편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해 온 후속작으로, 판도라의 세계를 하늘과 숲에서 바다로 과감하게 확장한 작품입니다. 같은 행성,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가 보여 주는 풍경과 리듬, 감정의 결이 완전히 새로워져서, 마치 같은 세계 안의 다른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1편이 판도라라는 세계를 처음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2편인 물의 길은 이미 익숙해진 세계를 더 깊고 넓게 파고들며 “이곳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습니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바다입니다. 영화는 관객이 판도라의 해안에 도착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 빛의 굴절,..
세대가 바뀐 하늘, 그러나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매버릭탑건: 매버릭은 1986년작 탑건 이후 무려 수십 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자,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파일럿 ‘매버릭’의 현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추억의 리부트”로 그치지 않고, 나이를 먹은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또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줄 것인지를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젊은 관객에게는 시원한 항공 액션과 짜릿한 미션 수행의 쾌감을, 첫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인생 후반부를 바라보는 묵직한 감정을 동시에 선사합니다.영화 속에서 매버릭은 여전히 규정과 한계를 시험하는 인물입니다. 비행 기록과 실력만 놓고 보면 전설적인 존재이지만, 상부의 입장에서 보면 늘 ..
양자 세계로 떨어진 한 가족, 앤트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선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상대적으로 소소한 일상을 책임지던 히어로, 스콧 랭 가족을 한꺼번에 양자 세계로 밀어 넣으면서 시리즈의 방향을 크게 틀어 버린 작품입니다. 이전 1, 2편이 도심을 무대로 한 범죄 소동극에 가까웠다면, 이번 영화는 스케일을 과감하게 키워 우주적 사건과 직결되는 거대한 판을 펼쳐 보입니다. 그럼에도 중심에는 여전히 ‘앤트맨답게’ 가족과 일상, 그리고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고민이 놓여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영화 초반의 스콧 랭은 이미 세상의 영웅이 된 뒤, 책을 내고 사인회에 참석하는 등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때 전과자 신분으로 일자리 하나 구하기..
상실을 품은 소년,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마음의 지도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오랜 침묵 끝에 내놓은 작품으로, 단순한 성장 애니메이션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 한 세대의 기억을 응축한 듯한 무게감을 지닌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만 보면 다소 철학 서적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한 소년이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고,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풍부한 배경 묘사와 상징적인 캐릭터들, 현실과 환상을 매끄럽게 섞어내는 연출이 어우러져, 스크린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밀도를 보여줍니다.특히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이 든 창작자로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그 질문을 관객과 나누려는 시도가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