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 무덤, 인물 간의 충돌, 감정으로 구현
2024년, 한국 영화계는 다시 한번 독창적인 오컬트 스릴러로 관객의 심장을 조이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파묘’는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의 본능적인 불편함과 금기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합니다. ‘무덤을 파헤친다’는 설정만으로도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 조상 숭배 사상, 그리고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각인된 금기와 죄의식이 뒤섞이며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파묘’는 공포 장르에 속하면서도 단순한 귀신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습니다. 무속, 풍수, 가족사,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 그리고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가 절묘하게 엮이면서, 매우 지역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심리의 진폭을 보여줍니다.이 영화는 단순히 한 무덤을 파헤치고 벌어지는 저주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무엇을 건드릴 수 있고, 무엇을 ..
2025. 5. 13.
파과 - 늙은 여성, 반복, 고립
2025년, 국내 영화계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적 파문을 일으킨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영화 파과는 가시적인 폭력도, 화려한 서사도 없는 대신, 내면의 균열과 억눌린 감정의 진동을 통해 한 인물의 삶과 죄의식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김선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노년 여성이라는 흔치 않은 주체를 중심에 놓고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했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범죄 영화나 복수극의 틀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실상은 자기 고백적이고 철학적인 감정 서사에 가깝습니다. 특히 주인공 윤영선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죄책감, 책임, 생존, 회피, 통제되지 않는 폭력성이라는 여러 층위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파과’의 이야기 구성, 인물 구조, 영상미, 문학..
2025. 5. 12.
콘클라베 : 바티칸의 심장, 다층적 인물 구성, 미학
2025년, 종교와 정치, 신념과 인간성의 경계를 치밀하게 파고든 드라마 한 편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콘클라베(The Conclave)’.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회의이자 의식인 콘클라베의 실제 절차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단순한 종교 영화가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정치·심리극입니다.'콘클라베'는 바티칸이라는 폐쇄된 공간,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단 118명의 추기경이 모여 세계 최대의 종교 단체를 이끌 차기 지도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교황 선출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이 작품은 신앙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시에 권력 구조의 민낯을 보여주며, 전통과 개혁, 정의와..
2025.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