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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영화 포스터

 

 

〈범죄도시4〉는 시리즈가 꾸준히 확보해 온 핵심 미덕—직선적인 액션과 속도—에 “왜 지금 이 한 방이어야 하는가”라는 설득을 더해 업그레이드한 작품입니다. 익숙한 카리스마와 유머를 유지하면서도, 장면마다 선택의 근거를 남겨 관객님께서 인과를 스스로 따라가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큰 장면이 이어져도 피로감이 적고, 결말의 통쾌함은 일시적 환호가 아니라 축적의 납득으로 남습니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관람 전 체크리스트처럼 읽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아래 본문에서는 세 가지 포인트—기동성과 타격감의 공학, 악역 서사의 압력과 갈등 설계, 극장 체험을 선명하게 만드는 편집·음향·현장 표식—을 중심으로 〈범죄도시4〉의 장점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비교가 도움이 되는 지점에서는 시리즈 전편 및 동류 액션물과의 차이도 가볍게 언급해 이해를 돕겠습니다.

 

기동성과 타격감의 공학

이번 편의 액션은 단순히 크거나 빠르기만 하지 않습니다. 먼저 ‘기준선’을 세우는 데 공을 들입니다. 공간의 크기, 방해물의 배치, 출입 동선, 빛의 방향 같은 정보를 짧은 숏으로 선제 제시해 관객님이 자연스럽게 환경을 학습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기준선이 분명해지면 타격이 들어갈 때 “왜 그 각도로, 왜 그 타이밍에”라는 질문이 스스로 풀립니다. 가령 좁은 복도에서는 어깨선과 팔꿈치의 궤적을 짧게 접고, 바닥 마찰이 높은 실내에서는 체중 이동을 세 부분(접근—밀착—이탈)으로 쪼개어 동작을 마감합니다. 한 방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음향만 키워서가 아니라, 충돌 전후의 미세한 준비 동작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을 반 박 앞에 두는 스텝, 손목을 5도 꺾는 각도, 상대의 중심을 끌어당기는 순간의 호흡 같은 디테일이 타격의 질량을 설명합니다.
영상 문법도 여기에 맞춥니다. 카메라는 인물의 시야 높이를 기본값으로 하고, 정보가 과밀해지면 문틀 너머나 반사면을 이용해 반 발 물러난 관찰자 시점을 잠깐 제시합니다. 이 짧은 지연 덕분에 관객님은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리한 다음 다음 컷을 맞이하게 되죠. 편집은 네 박자—준비, 접근, 노출, 정리—를 꾸준히 유지합니다. 준비 구간에서 지형과 장애가 조용히 소개되고, 접근 구간에서 속도와 각도가 체감되며, 노출 구간에서도 동작의 시작과 끝이 지워지지 않아 인과가 유지됩니다. 마지막 정리 구간에서는 방금 전 선택의 비용(체력 소모, 위치 노출, 주변 피해)이 즉시 계산되어 다음 전략으로 반영됩니다. 덕분에 시퀀스가 커져도 화면은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공간 재활용’입니다. 같은 장소가 시간대와 조건을 바꾸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전술이 달라집니다. 낮에는 그림자 경계가 약해 시야가 넓어지는 대신 시선이 분산되고, 밤에는 대비가 커져 동선 예측이 쉬운 대신 사각지대가 늘어납니다. 건조한 실내에서는 잔향이 짧아 대사 템포가 빨라지고, 습기가 높은 장소에서는 표면 반사가 커져 움직임이 신중해집니다. 영화는 이런 물리적 차이를 장식이 아니라 규칙으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고, 관객은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눌러 이길까”를 자연스럽게 예감합니다.
시리즈 특유의 유머는 타격감을 해치지 않도록 ‘멈춤의 길이’로 관리됩니다. 농담이 들어올 때에도 동작의 리듬이 깨지지 않게 0.5초 내외의 짧은 정적을 확보하고, 다음 액션이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 축을 유지합니다. 이 타이밍 관리가 잘 되니 웃음과 압력이 같은 박자로 공존합니다. 전편들과 비교하면 이번 편은 특히 “타격 전 준비—접촉—균형 붕괴—마무리”의 네 단계가 더 또렷합니다. 덕분에 ‘한 방’의 무게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듯한 체감이 완성됩니다.

 

악역 서사의 압력과 갈등 설계

좋은 액션이 오래 남으려면 상대의 동기가 선명해야 합니다. 〈범죄도시4〉의 빌런은 단지 잔혹함으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이를 위해 어떤 질서를 뒤집으려 하는지가 구체적 절차로 드러납니다. 자금과 인력의 흐름, 현장을 고르는 기준, 경로를 숨기기 위한 반복 습관까지, 행동의 패턴이 ‘증거’로 제시됩니다. 이때 영화는 장황한 설명을 피하고, 사라진 물건의 위치 변화, 동일 구호의 재사용, 보고 라인의 바뀐 호칭 같은 작은 단서로 서사의 압력을 쌓습니다. 관객님은 몇 장면만 지나면 “저 그룹은 저런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감을 얻게 되고, 결국 주인공의 대응 전략이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시게 됩니다.
갈등의 설계 또한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의 타이밍’을 두고 벌어지는 지능전이 병행됩니다. 모든 사실을 즉시 공개하면 내부 동요가 커지고, 너무 늦추면 신뢰가 닳습니다. 영화는 간단하지만 엄정한 기준—“지금 말하면 아군이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가”—을 반복 적용합니다. 이 기준이 합의로 굳어질 때, 정보의 흐름은 배신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후반부의 결정은 억지스러운 감정 폭발이 아니라 누적된 원칙의 귀결로 받아들여집니다.
흥미로운 건 ‘주도권의 교대’가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초반에 판을 읽던 인물이 중반에 취약 지점을 드러내면, 늘 뒤에서 보조하던 인물이 결정적 타이밍에 전면으로 나섭니다. 이 반전이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가 각자의 루틴—말을 꺼내는 박자, 시선의 머무름, 멈춤의 길이—을 충분히 보여 준 뒤 그 루틴이 살짝 어긋나는 찰나를 정확히 포착하기 때문입니다. 관객은 설명 없이도 관계의 변곡을 감지하고, 그 변곡이 곧 결말의 설득력을 떠받친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전편 및 동류 작품과 비교하면 본편의 악역은 ‘폭발’보다는 ‘압력’에 가깝습니다. 즉각 터지는 위협보다 꾸준히 밀어붙이는 압박을 통해 주인공의 선택을 강제합니다. 덕분에 맞대결이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선이 이미 팽팽해져 있고, 첫 충돌이 일어나면 관객은 오래 모은 호흡을 한꺼번에 내쉬게 됩니다. 이 장기 압박형 설계는 액션의 총량이 많지 않아도 체감 피로도를 낮추고, 클라이맥스의 카타르시스를 크게 만듭니다. 결국 “왜 싸우는가”가 분명해야 “어떻게 이기는가”도 크고 또렷해진다는 교훈을, 본편은 장면마다 증거로 남깁니다.

 

극장 체험을 선명하게 만드는 편집·음향·현장 표식

형식 면에서 〈범죄도시4〉는 스펙터클을 크게 보이게 하는 장식보다 정보를 질서 있게 전달하는 인터페이스를 중시합니다. 편집은 앞서 언급한 네 박자를 흔들지 않으며, 동작의 시작과 끝을 지우지 않습니다. 특히 추격 시퀀스에서 ‘지도’가 잘 보입니다. 골목의 너비, 코너 반경, 발판의 재질, 시야를 가리는 가림막이 컷 전환 사이로 잠깐씩 드러나 관객이 다음 선택을 미리 예감하게 하죠. 이런 구조에서는 갑작스런 방향 전환도 납득이 됩니다. 미세한 표식—포스터의 찢긴 방향, 물웅덩이의 파문, 간판 조명의 깜빡임 템포—이 진로 안내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음향은 생활음이 먼저, 음악은 뒤에서 템포를 정리하는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신발과 노면의 마찰, 금속과 섬유가 스칠 때의 짧은 잔향, 자동문이 붙는 낮은 공기 울림 같은 구체 소리가 장면의 체온을 만듭니다. 결정적 타이밍에는 과감히 소리를 덜어 공백을 만듭니다. 그 1~2초의 정적 동안 관객은 앞서 받은 단서를 재배열하고, 이어지는 한 동작—핸들을 반 박 먼저 꺾는 움직임, 손목을 짧게 접어 들어가는 타격—의 의미를 두 배로 체감합니다. 음악은 감정을 앞에서 끌지 않고, 뒤에서 박자를 보정하는 메트로놈처럼 기능합니다. 그래서 테마가 전면에 오를 때 오히려 추진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현장 표식의 설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수사극의 단서처럼 거창하게 떠받치지 않고, 관객 시선을 유도하는 ‘친절한 안내판’으로 쓰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동선에는 대비가 살짝 높아지고, 아직 공개하지 않을 정보가 있는 영역은 반사광을 눌러 여백을 남깁니다. 동일한 장소를 조건만 바꾸어 재등장시키는 전략도 훌륭합니다. 비가 내리는 저녁에는 표면 반사가 커져 시야는 밝아지는 대신 이동은 조심스러워지고, 건조한 낮에는 그림자 윤곽이 또렷해져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물리적 차이를 규칙으로 다루기 때문에, 선택의 이유가 늘 화면 안에서 증명됩니다.
관객 경험 차원에서 본편은 “크기보다 읽힘”을 선택합니다. 컷 수가 많아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죠. 이는 유사 액션물이 흔히 빠지는 과장된 흔들림을 지양하고, 대신 시점 교대를 통해 주도권의 이동을 명료하게 표기하기 때문입니다. 어깨 뒤 압축 시야로 몰입을 높였다가, 높은 앵글의 개방 시야로 구조를 정리하는 리듬은 “지금 누가 판을 읽고 있는가”를 한눈에 보여 줍니다. 관객님은 장면을 ‘구경’하는 대신 ‘함께 조립’한다는 느낌을 얻게 되고, 그 순간 쾌감의 뿌리는 소음이 아니라 이해로 바뀝니다. 재관람 포인트로는 초반에 스쳐 간 작은 것들—차량 패널의 미세한 스크래치, 무전 암호의 길이, 벽면 표식의 방향—을 추천드립니다. 후반부에 모두 다른 의미로 돌아와 설계의 촘촘함을 다시 확인시켜 드립니다.

〈범죄도시4〉는 한 방의 힘에 “왜”라는 근거를 더해, 크기 대신 이해로 설득하는 액션을 완성합니다. 기동성과 타격감은 공학적으로 정리되어 체감 질량을 키우고, 악역 서사는 압력형 갈등으로 긴장선을 오래 유지하며, 편집·음향·현장 표식은 관객의 길찾기를 돕는 인터페이스로 기능합니다. 관람 팁을 세 가지로 정리해 드리면, 첫째 초반에 제시되는 기준선—공간의 크기, 빛 방향, 동선 표식—을 가볍게 기억해 두시면 중반 이후 분기점이 선명해집니다. 둘째 큰 장면 직전 잠깐 찾아오는 정적에 귀를 기울이시면 다음 한 수의 방향을 미리 예감하실 수 있습니다. 셋째 동일 장소가 조건을 달리해 재등장할 때 동작과 속도가 어떻게 수정되는지 눈과 귀로 확인해 보시면 클라이맥스의 설계가 명확해집니다. 요약하면, 본편은 요란함보다 읽힘, 과시보다 운영을 택했습니다. 극장을 나서실 때 “그래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조용한 납득과 함께 어깨가 가벼워지신다면, 〈범죄도시4〉는 이미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