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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 균형 잡힌 조화, 웹툰, 웃음 너머

by 멍멍애기 2025. 6. 4.

 

 

‘히트맨’은 2020년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코믹 액션 영화로, 정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 등이 출연해 극장가에 유쾌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국정원의 전설적인 암살요원이었던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웹툰 작가로 살아가려는 반전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설정만으로도 코미디와 액션, 드라마가 동시에 기대되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인물의 생활밀착형 고민과 가족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통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실제로 ‘히트맨’은 폭발적인 액션이나 치밀한 첩보물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과장된 사건을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전직 요원이자 현재는 망해가는 웹툰 작가인 주인공 준(권상우 분)은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사건을 웹툰으로 그려버리면서 다시 국가 정보기관과 범죄조직의 표적이 됩니다. 이로 인해 평온했던 가정에도 위기가 찾아오고, 준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과거의 본능을 되살리게 됩니다.

영화는 액션과 웃음을 적절히 배합하면서도, 가족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기반을 둡니다. 아이를 키우고, 아내와 갈등하고, 생계를 고민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도 관객과의 정서적 접점을 만들어 줍니다. 기존의 한국형 액션영화들이 비장미에 치중했다면, ‘히트맨’은 능청스럽고 친근한 분위기로 보다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권상우표 액션과 코미디의 균형 잡힌 조화

‘히트맨’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는 배우 권상우의 액션 연기와 코미디 감각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과거 ‘말죽거리 잔혹사’나 ‘야수’ 등에서 보여준 액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번 영화에서는 전직 킬러이지만 정작 삶은 고달픈 중년 가장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여기에 특유의 허당스러움과 슬랩스틱 요소가 더해져, 캐릭터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유쾌함을 만들어 냅니다.

극 중 준은 과거 암살요원 시절의 몸놀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아내 앞에서는 눈치 보는 남편으로 그려지며, 그 간극이 주는 웃음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특히 웹툰을 그릴 때의 상상 장면과 현실이 교차되는 연출은 만화적 상상력이 영화 안에서 적절히 구현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액션 장면 또한 과장되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코미디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영화의 정체성을 분명히 합니다.

이 영화는 특히 가족 단위 관객이나 가벼운 웃음을 원했던 관람층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며,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리듬감 있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조연으로 출연한 정준호 역시 능청스러운 정보국 간부 역으로 영화의 템포를 끌어올리고, 이이경, 황우슬혜 등도 각각의 역할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이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입니다.

웹툰이라는 장치의 활용과 메타 유머

‘히트맨’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웹툰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웹툰 작가라는 설정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영화 속 장면을 구성하는 주요 장치로 기능합니다. 웹툰 장면은 때로는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만화적 상상력을 반영하고 있으며, 극 중 준이 겪는 사건이 그의 웹툰과 교차되며 일종의 메타적 구조를 이룹니다.

이러한 메타 유머는 기존의 액션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을 가능하게 합니다. 관객은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인지, 웹툰 속 상상인지 순간적으로 혼란을 느끼지만, 이는 영화의 유쾌한 전개와 코미디를 강화시키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로 인해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적 재미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웹툰이라는 도구는 또한 영화 속 주제의식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과거의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려는 주인공이 결국은 그 기억을 예술로 표현하면서 현실과 타협하는 장면은, 현대인의 이중적인 삶과 정체성에 대한 유머러스한 해석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림’이라는 도구를 통해 말하지 못한 과거를 공유한다는 설정은 관객에게 감성적인 터치도 제공합니다.

웃음 너머,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코미디와 액션이 중심인 영화이지만, ‘히트맨’의 핵심은 가족입니다. 준은 끊임없이 실패하는 웹툰 작가로서 가족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적 압박과 가족 간의 오해로 갈등을 겪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고, 위험한 과거를 마주하게 되면서 그의 진심은 비로소 가족에게 전해집니다.

아내 역의 황우슬혜는 현실적인 불만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잘 표현하며, 딸과의 관계에서도 부모 자식 간의 정서적 간극을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영화는 이러한 가족 간의 회복을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며 마무리합니다. 익숙한 설정일 수 있지만, 이를 웃음과 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낸 연출이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결국 ‘히트맨’은 요원으로서의 삶보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살아가는 일이 더 어렵고 더 값지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초반에는 코미디와 액션으로 웃음을 유도하다가도, 후반에는 인물의 변화와 가족의 화해로 진심을 보여주며, 장르적 재미와 감동의 균형을 잘 유지합니다.

 

 

 

 

‘히트맨’은 한국형 액션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유쾌한 설정과 만화적 상상력, 그리고 일상의 진정성이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영화가 아닌, 웃음 안에 진심과 공감, 그리고 감동을 녹여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 요원과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서사는 관객들에게 큰 재미와 따뜻한 여운을 함께 전해줍니다.

과장된 설정과 현실적 소재가 절묘하게 결합되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설 연휴 가족 관객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권상우의 코믹한 액션, 정준호의 능청스러운 조연, 그리고 웹툰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잘 어우러진 ‘히트맨’은, 웃음과 감동을 모두 챙긴 보기 드문 한국형 장르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액션과 가족 드라마, 그리고 만화적 유머가 융합된 이 작품은 단지 ‘재밌는 영화’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이라는 일상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부담 없이 다시 꺼내 보기 좋은, 그런 따뜻한 한국형 코미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