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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 창조물, 압도적인 스케일, AI 존재

by 멍멍애기 2025. 6. 28.

 

 

2023년에 개봉한 **크리에이터(The Creator)**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룬 수많은 SF 영화들 속에서도 독보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많은 SF 영화들이 인공지능을 위협적인 존재로만 묘사하거나 기술적 상상력에 치중한 것과 달리, 크리에이터는 기술의 진보 속에서 인간성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는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감독 개러스 에드워즈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스펙터클한 연출력 위에, 차가운 과학기술과 따뜻한 감정선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이라는 현대 사회의 최대 화두를 단순히 두려움이나 경계심으로 바라보지 않고, 공존의 가능성과 윤리적 책임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이 만든 창조물, 그 창조물이 지닌 감정

크리에이터의 세계관은 인간과 AI가 오랜 시간 공존과 갈등을 반복해 온 미래 세계입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AI는 인간의 단순한 도구를 넘어 독립적 존재로 자리 잡았고, 일부 AI는 자아와 감정까지 갖춘 단계로 진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AI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는 AI를 적으로 간주하는 군사 조직의 특수 요원으로 일합니다.

임무 수행 중 조슈아는 알피라는 특별한 AI 아이를 발견합니다. 알피는 기존의 기계적 인공지능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간 아이처럼 순수한 감정과 호기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슈아는 임무와 양심, 인간성과 시스템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하며, AI를 적으로만 보아왔던 자신의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조슈아의 심리 변화는 영화의 핵심 갈등 축이 되며, AI에 대한 단편적인 공포심 대신 새로운 관계성을 구축하는 가능성을 탐구하게 만듭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촘촘한 세계관의 설계

크리에이터가 단순한 감성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SF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은 이유는 그 정교한 세계관 설계와 시각적 완성도에 있습니다.

거대한 드론 병력, 인간과 AI가 혼재된 군사 조직, 자율무인 전투 병기, 광학위장 기술, 그리고 대도시와 밀림이 공존하는 풍경까지 영화 곳곳에 담긴 미래적 상상력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동남아시아 로케이션에서 촬영된 실제 풍광과 CG의 융합은 영화의 비주얼적 리얼리티를 높이며, 기존 SF 영화들의 메트로폴리탄적 배경과 다른 신선함을 제공합니다.

특히 AI들이 살아가는 마을과 그들이 구축한 공동체의 모습은 SF적 상상력과 동시에 독특한 민속적 분위기를 함께 담아내어 이질감을 줄이면서도 미래적 낯섦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세계관 설계는 관객으로 하여금 ‘미래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렇게 자연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AI 존재의 철학적 질문

이 영화가 단순히 SF 액션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AI 존재의 본질을 깊게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알피는 기존 인공지능이 보여주던 지능적 연산체가 아니라, 감정을 학습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고민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조슈아와 함께 생활하며 두려움, 행복, 슬픔, 희망을 표현하고, 부모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심지어 생명과 죽음의 개념도 학습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감정과 자아가 생긴 인공지능은 더 이상 기계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기존의 블레이드 러너 2049, AI: 인공지능, 엑스 마키나 등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지만, 크리에이터는 보호자와 아이 관계라는 친밀한 감정선을 기반으로 이 논의를 확장합니다.

이로써 AI를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을지, 인간이 스스로 만든 존재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조슈아와 알피의 관계는 영화 내내 보호자와 아이, 혹은 아버지와 딸 같은 감정으로 전개됩니다.

임무 수행자로서 차갑게 출발했던 조슈아는 알피의 순수함과 인간성에 가까운 감정 표현을 접하며 점점 감정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명령을 따라야 했던 그는, 시간이 흐르며 알피를 위험으로부터 지키려 하는 강렬한 보호 본능을 보입니다.

알피 역시 조슈아를 신뢰하고 따르며, 두 사람은 서로의 외로움을 치유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이 관계성은 로건의 울버린-로라,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조엘-엘리, 맨덜로리안의 딘 자린-그로구 등 현대 SF에서 반복되고 있는 보호자-아이 서사의 새로운 확장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감정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한 과학적 논의가 아닌 따뜻한 감정적 이입을 유도하며, SF 장르의 차가운 이미지를 넘어 따뜻한 울림을 전달합니다.

 

감독 개러스 에드워즈는 로그 원에서 보여줬던 웅장한 스펙터클과 감성적인 드라마를 크리에이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거대한 우주 병기, 드론 군단, 최첨단 전투 장면 등 블록버스터적 볼거리는 관객을 압도하지만, 이 모든 장면은 결국 조슈아와 알피라는 두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이 중심이 아니라 감정이 중심인 SF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액션이 클라이맥스를 이끌지만, 관객들은 조슈아와 알피가 손을 잡고 도망치는 장면, 서로를 지켜보는 눈빛, 작은 손으로 조슈아의 얼굴을 감싸는 알피의 손길에서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이런 섬세함이 크리에이터를 단순 오락용 SF와 구분 짓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영화의 결말부로 갈수록 인간과 AI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조슈아는 조직과 AI 공동체 사이에서 최종적인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알피를 지키려는 그의 결단은 인간 중심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공존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감독은 이 결말에서 ‘인간만이 생명인가?’, ‘인간이 만든 존재를 인간보다 낮게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 윤리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기계와 인간의 대립 구도를 넘어, AI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끝까지 유지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관객 스스로 기술 발전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관점까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2023년에 개봉한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현대 인류의 핵심 화두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문제작입니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함께 인간-기계 관계를 넘어서 부모-자식 관계의 감정선까지 결합하며, 감성과 철학, 오락과 사유를 모두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미래를 대비해 우리는 이 영화가 던진 질문들을 오랫동안 곱씹게 될 것입니다.

크리에이터는 SF라는 장르 안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될 명작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