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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3 : 파라벨룸 – 확장되는 세계관, 예술화, 동맹

by 멍멍애기 2025. 5. 28.

 

 

‘존 윅 3: 파라벨룸’은 시리즈 특유의 하드보일드 감성과 스타일리시 액션을 더욱 극대화한 작품으로, 전작의 결말 직후부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존 윅은 뉴욕의 ‘콘티넨탈 호텔’의 신성불가침 규칙을 어기고 조직원인 그라프를 제거한 뒤, 전 세계 킬러 조직의 사냥 대상이 됩니다. 영화의 부제인 ‘파라벨룸(Parabellum)’은 라틴어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투에 대비하라”는 의미로, 이 영화의 주제를 상징합니다. 이 짧은 문장은 존 윅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 전반의 긴장감과 갈등 구조를 지탱하는 철학적 기반이 됩니다.

이번 작품은 존 윅이 단순한 복수자가 아닌, 세계 암살자 사회의 룰을 깬 파문자로서, 모든 것을 상대로 싸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는 전투와 추격,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속에서도 존의 감정선은 선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의 고통과 외로움, 과거에 대한 회한은 무표정한 얼굴과 절제된 대사 속에 녹아 있으며, 이는 액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드물게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가 가져온 기존의 전투 연출과 시각적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이야기의 무게를 더해 새로운 깊이를 확보합니다. 단순한 킬러의 액션이 아니라, 조직의 룰에 맞서는 개인의 투쟁, 체제 안에서의 윤리와 신념에 관한 고민이 서사를 이끕니다. 존 윅은 더 이상 단순히 과거를 뒤쫓는 남자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스스로 선택해 나가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확장되는 세계관, 심화되는 룰의 정치학

‘존 윅 3’는 기존 시리즈보다 훨씬 더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입니다. 암살자 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 고대 질서와 전통이 결합된 ‘하이 테이블’의 존재는 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하이 테이블은 전 세계의 콘티넨탈 호텔과 무기 공급망, 정보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으로 묘사되며, 존 윅은 그들의 룰을 어긴 죄인으로 낙인찍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영화는 룰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질서와, 그 질서를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존 윅은 무수한 계약 킬러들의 타깃이 되면서도, 그가 과거에 맺었던 인간관계들을 통해 도움을 얻고 다시 상처를 입습니다. 그는 모로코로 떠나 과거 자신을 받아들였던 조직을 찾아가고, 심판자와 마주하면서 다시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이야기 전개가 아니라, 복잡한 권력 구조 속에서 개인의 자유가 어떻게 제한되고 유린되는지를 보여주는 메타포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영화는 그동안 관객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였던 암살자 사회의 룰과 예의를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서의 암묵적 협약, 금화 시스템, 혈맹 서약 등 상징적인 제도들은 단지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각 인물의 선택과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는 서사의 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 동시에, 영화 속 세계가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실감을 부여합니다.

이처럼 ‘존 윅 3’는 하나의 도시와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장소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복합적 네트워크 안에서 인간의 본성과 생존,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존은 그 중심에서 싸움을 멈추지 않는 존재로, 동시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로 기능합니다.

시각적 감각과 체술의 예술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액션에 대한 예술적 접근입니다. 단순히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를 넘어, ‘몸’을 사용하는 체술의 정밀함과 공간 활용이 눈에 띕니다. 첫 시퀀스에서의 도서관 전투는 책 한 권을 무기로 삼는 창의적인 연출로 시작해, 후속 장면에서는 오토바이, 칼, 유리, 개, 말까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격투로 확장됩니다. 이는 단순한 자극을 넘어서, 액션 자체를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액션은 피로감을 유발하기보다는, 치밀한 합과 리듬 조절을 통해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총격과 격투, 추격이 쉼 없이 이어지지만, 존 윅의 체력과 감정이 현실성 있게 묘사되며 관객은 주인공의 피로와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이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단순한 ‘무쌍’ 장면 이상의 감정선을 형성합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액션을 마치 무용처럼 설계해,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 없이도 장면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게 만듭니다.

색채와 조명은 영화의 미장센을 완성하는 또 다른 요소입니다. 네온빛으로 물든 뉴욕의 밤거리, 반사된 유리의 잔상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 차가운 조명과 붉은 톤의 대비는 영화의 감정과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각 장면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감정과 상징의 공간으로 기능하며, 영화 전체에 일관된 정서를 부여합니다.

이처럼 ‘존 윅 3’는 시각적 스타일과 무술의 정교함, 공간 활용의 창의성, 그리고 액션의 정서적 맥락을 모두 고려한 작품입니다. 단순히 총을 쏘고 적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아닌, 몸과 공간, 감정이 동시에 어우러진 액션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동맹, 새로운 적 그리고 선택

이번 작품은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한 드라마를 구성합니다. 특히 헬리 베리가 연기한 소피아는 시리즈 최초로 본격적인 여성 전사가 등장한 사례이며, 그녀의 두 마리 개와의 합동 액션은 ‘존 윅’ 시리즈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소피아는 단지 조력자가 아니라, 자신의 원칙과 감정을 동시에 지닌 독립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존과의 파트너십은 감정과 전략 모두를 공유하는 이상적인 협력으로 표현됩니다.

심판자라는 존재 역시 시리즈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이 테이블의 대리인으로서, 그녀는 각 조직에 처벌을 가하며 철저하게 원칙을 관철시키는 냉정한 집행자입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히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 체제의 무자비함과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경직성을 상징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큰 대가를 수반하는지를 강조합니다.

존 윅 역시 고통스러운 선택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는 살기 위해 체제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싸워 자유를 얻을 것인가.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생존이 아닌 정체성의 문제이며, 그는 여전히 과거의 맹세와 현재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이 고뇌는 영화의 핵심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존 윅이라는 인물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조력자와 적들은 모두 하나의 관문처럼 기능합니다. 각 인물과의 만남은 존의 과거를 반추하게 만들고, 현재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정황을 형성합니다. 영화는 이처럼 액션 속에서도 인물 간의 관계성과 감정의 흐름을 정교하게 설계해, 서사의 힘을 유지합니다.

 

 

 

 

‘존 윅 3: 파라벨룸’은 단순한 액션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개인과 조직, 규율과 자유, 신념과 생존의 충돌 속에서 존 윅은 여전히 달리고 있으며, 그 여정은 하나의 철학처럼 다가옵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심화되는 세계관과 주제는 관객에게 단순한 쾌감 이상을 제공합니다.

이번 작품은 다음 편을 위한 다리이자, 기존 서사의 정점이기도 합니다. 존 윅은 여전히 싸우고 있으며, 관객은 그가 끝내 무엇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내하는지에 대한 답을 기다리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그의 눈빛과 결심은 다음 편에 대한 강한 기대를 남기며, 한 인간의 싸움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계속 지켜보게 만듭니다.

‘존 윅 3’는 탄탄한 서사, 세련된 액션, 감정선이 결합된 현대 액션 영화의 모범답안입니다. 이 영화는 피와 총알 속에서도 인간적인 고독과 선택, 책임을 담아냄으로써, 장르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를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는 관객에게 단순한 관람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며, 존 윅이라는 인물이 단순히 극 중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합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존 윅이 어떤 방식으로 이 싸움을 끝낼지, 혹은 계속 이어나갈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그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곧 ‘존 윅’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현대 액션 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