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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 자유, 책임,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

by 멍멍애기 2025. 8. 3.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장폴 사르트르는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적인 사상가로,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철학자이면서도 소설가였고, 극작가이면서도 사회참여적 지식인이었습니다. 그의 대표 저작인 『존재와 무』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는 철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르트르 실존주의의 핵심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문장에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사르트르의 근본적 입장을 담고 있는 말로, 인간은 태어날 때 어떤 정해진 본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주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먼저 존재한 뒤,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형성해 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전통 철학의 흐름과는 정반대입니다. 기존의 철학에서는 인간의 본질, 즉 고정된 성격이나 목적, 역할이 먼저 있고 그에 따라 존재가 설명되었지만, 사르트르는 그러한 본질 규정을 부정합니다. 그는 인간이야말로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그 선택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이 글에서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실존과 자유의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둘째, 인간이 겪는 불안과 책임의 의미는 무엇인지, 셋째, 그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통찰을 주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은 자유롭다 : 실존과 선택의 철학

 

사르트르는 인간을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 즉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이해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인간을 ‘대자(對自, pour-soi)’라고 불렀고, 단순히 존재하는 사물이나 대상은 ‘즉자(卽自, en-soi)’로 구분했습니다. 즉자적인 존재는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대자인 인간은 늘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란 단순히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능력입니다. 인간은 어떤 외부의 본질적 목적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존재가 될지를 결정해야만 하며, 이는 곧 고독한 결정과 책임을 동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교사라는 직업을 택했다고 했을 때, 그는 단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의 존재 방식을 스스로 구성해 가야 합니다. 단지 직업이 아니라,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모두 실존적 선택에 해당합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으며, 그 선택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선택이며,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존재 자체가 ‘자유의 형벌’을 받는 존재이며, 그 자유는 축복인 동시에 무거운 부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창조자이자 작가로 보는 능동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인간은 정해진 틀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과 선택의 갈림길 위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불안과 책임 : 자유의 또 다른 이름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서 인간은 본질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늘 선택의 자유와 함께 불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불안은 단순한 심리적 긴장이 아니라, 철학적 의미를 지닌 실존적 감정입니다.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하고, 그 불안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존재 구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신이 없다는 것은 인간에게 절대적인 도덕이나 의미, 목적을 외부에서 부여해 줄 존재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며, 이는 모든 가치의 기초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을 의미하며, 바로 여기서 실존적 불안이 발생합니다. 또한 그는 인간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곧 인간이라는 존재 일반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교사로서 어떤 태도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단지 나의 일이 아니라, ‘교사란 이래야 한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보내는 행위가 됩니다. 이 점에서 사르트르는 인간을 ‘전 인류의 대표자’로 보았습니다. 그는 “우리는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말입니다. 그래서 실존주의는 자칫하면 비관적 사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르트르는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현대인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방향을 잃고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르트르는 그런 상황에서 남 탓이나 제도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삶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철학은 현대인의 삶에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실존주의의 현대적 의미 : 인간, 타자, 사회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개인주의나 고립된 주체의 철학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타자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보았으며, “타인은 나의 지옥이다”라는 말로도 유명합니다. 이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실제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자아를 인식하고, 때로는 억압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구성하게 된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받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선에 구속당하는 모순적인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단독자로 살아갈 수 없으며,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재정의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성찰하게 합니다. 또한 사르트르는 단지 철학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현실 정치와 사회운동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그는 식민주의, 전쟁, 불평등,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했고, 실존주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의 자유와 선택이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권력의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인간의 정체성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면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철학입니다. 그것은 단지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하는 선택이 나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질문의 철학입니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위기 속에서 자기 존재를 성찰하는 철학이며,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현대의 조건 속에서도 스스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을 믿는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존재이며, 자신이 만든 삶의 구조 속에서 기쁨과 고통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독립된 주체입니다.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선택의 자유 그리고 책임을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본질 없이 존재하며, 그 존재를 스스로의 선택으로 완성해 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유는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지게 만드는 요소이며, 그 자유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시험받고 확인됩니다. 그는 신의 부재와 고정된 본질의 부정을 통해 인간을 철저히 자기 자신에게 열려 있는 존재로 해석하였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항상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며, 불안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를 완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단지 사유의 틀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성찰하게 만든 철학입니다. 삶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은 언제나 나의 것이며, 나의 책임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실존주의 철학의 출발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간은 존재하는 한, 자유롭다. 그리고 그 자유는 회피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명확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실존주의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의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