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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 일상의 공간, 조정석과 윤아, 경쾌한 연출

by 멍멍애기 2025. 6. 2.

엑시트 첫 번째 사진

 

 

‘엑시트’는 2019년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재난 코믹 액션 영화로, 유쾌한 웃음과 현실적인 감정, 그리고 짜릿한 탈출극의 긴장감을 고루 갖춘 작품입니다. 이상근 감독의 데뷔작이자, 조정석과 윤아가 주연을 맡아 코믹하면서도 감성적인 케미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는 흔한 재난영화의 틀을 따르되, 그 안에 청춘 세대의 불안과 무기력함, 그리고 성장의 메시지를 녹여내어 관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엑시트’는 독가스가 도심을 뒤덮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평범하고 무기력한 청년이 과거의 등반 실력을 이용해 가족과 동료를 구하기 위한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기존 재난 영화들이 비장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경쾌한 리듬과 신선한 캐릭터 설정으로 ‘가볍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취업 실패와 가족 내 무시, 친구들과의 거리감 속에서 자신감을 잃은 전형적인 ‘잉여 청춘’입니다. 그런 그가 극한 상황을 마주하며 점차 성장하고 주체적인 존재로 변화해 가는 모습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재난 상황을 빌려 청춘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공간이 전환되는 생존 무대

영화는 서울 도심 한복판, 그중에서도 평범한 가족 모임이 열리는 연회장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이 순식간에 유독가스로 가득 찬 지옥으로 변하며, 인물들은 급박한 탈출 상황에 내몰립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엑시트’는 긴장감과 현실감을 동시에 확보하며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주인공 용남과 의주(윤아 분)는 과거 대학 산악 동아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위기의 순간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에 나섭니다. 특히 이들이 건물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거나,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 드론을 활용하는 등의 장면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젊은 세대의 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익숙한 도시 공간이 탈출을 위한 미로로 변모하는 과정은, 영화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고층 건물, 옥상, 아파트 단지 등의 배경은 관객에게 매우 친숙한 공간이기에 더욱 공포스럽고 몰입도가 높습니다. 이는 ‘엑시트’가 단순한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아니라, 현실에서 느껴지는 재난의 공포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정석과 윤아의 호흡이 이끄는 감정선

이 영화의 중심에는 조정석과 윤아의 절묘한 호흡이 있습니다. 조정석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연기로 용남이라는 캐릭터의 유쾌함과 성장 서사를 동시에 담아냈으며, 윤아는 생기 있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윤아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넘어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두 인물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위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파트너십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기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틀을 벗어나며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보완해 가는 모습은 ‘함께 탈출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자연스럽게 강화시킵니다.

또한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유머와 윤아의 재치 있는 반응은 영화 전반에 걸쳐 코미디적 요소를 유지하게 만들며, 관객에게 긴장과 웃음을 번갈아 제공하는 훌륭한 균형 장치를 이룹니다. 이는 영화가 무거운 재난 상황을 다루면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경쾌한 연출 리듬

‘엑시트’는 장르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다채로운 시각 효과와 현실감 있는 특수촬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독가스의 확산, 고층 건물 사이를 오가는 인물의 이동, 드론을 활용한 구조 시도 등은 모두 정교하게 연출되었으며, CG와 실제 액션 장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옥상에서 옥상으로 뛰어넘는 장면은 관객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음악과 음향의 활용 역시 매우 효과적입니다. 긴장되는 장면에서는 박자감 있는 배경음악으로 속도감을 높이고, 인물의 감정이 깊어지는 순간에는 섬세한 현악과 정적인 사운드를 삽입하여 극적 몰입을 강화합니다. 이상근 감독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연출 구성에서 균형과 리듬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며, 중간에 늘어지거나 지루한 구간 없이 전개를 이끌어 냅니다.

이와 함께 편집과 시점 전환 역시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 관객은 주인공의 감정선과 재난의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영화가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정리하면서도 감정적 파고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는 국내 상업영화로서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엑시트 두 번째 사진

 

 

‘엑시트’는 단순한 스릴이나 감동만을 전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보통 사람, 특히 자신의 무기력함에 갇혀 있던 청년이 위기를 계기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가 전달하는 탈출의 의미는 단지 재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열등감, 세대 간 거리감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심리적 ‘막힘’에서의 해방을 상징합니다.

결국 영화는 용남이 보여주는 ‘한 번의 도전’이 얼마나 강력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강조하며, 누구든 자신의 능력과 용기를 믿고 행동에 나선다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는 특히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엑시트’는 재난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변화를 그리는 동시에,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도 함께 조명합니다. 도시 한복판, 고립된 상황 속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결국 다시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이는 단순한 오락 영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한 대표적인 한국형 재난 코미디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