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Venom: Let There Be Carnage)’는 소니 마블 유니버스(SUMC)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안티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인 베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톰 하디가 연기하는 에디 브록과 그의 몸속에 공존하는 외계 생명체 ‘베놈’은, 전작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기묘한 동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성과 욕망을 지닌 두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번 작품은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지만, 그 안에 강한 몰입감과 밀도 높은 이야기 구성을 담아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위협 ‘카니지’의 등장입니다. 클리터스 캐서디라는 살인마가 심비오트 ‘카니지’와 결합하면서, 에디와 베놈은 자신들의 관계뿐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됩니다. 이러한 갈등 구조는 전편보다 더 뚜렷한 대립과 캐릭터 간 감정의 굴곡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며, 액션과 유머, 긴장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베놈과 에디, 불완전한 공존의 초점
‘베놈 2’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서사는 에디 브록과 베놈 간의 갈등입니다. 그들은 한 몸에 존재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충돌합니다. 에디는 여전히 자신의 일상과 커리어를 되찾으려 하고, 베놈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정의를 실현하고 싶어 합니다. 두 존재의 갈등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특히 이들의 대화는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힘든 ‘파트너십’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과 능력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 두 개가 하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설정입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단순한 액션이 아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분열하고, 다시 협력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이들의 여정은 일종의 브로맨스 혹은 코믹한 커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카니지, 혼돈의 또 다른 얼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빌런 ‘카니지’의 본격적인 등장이었습니다. 클리터스 캐서디는 잔혹한 범죄자이자, 사랑에 집착하는 위험한 인물로 그려지며, 우디 해럴슨의 연기를 통해 섬뜩하면서도 감정적인 면모를 함께 보여줍니다. 그는 우연한 사건을 통해 카니지라는 심비오트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복수를 실현하려 합니다. 특히 에디와 베놈의 관계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공존하는 그의 모습은 강한 대비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카니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폭력성을 강화한 캐릭터입니다. 그와 심비오트의 융합은 통제와 파괴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며, 베놈과 에디의 갈등 구조와 평행을 이룹니다. 두 관계는 서로 다른 형태의 ‘결합’을 보여주며, 관객은 이를 통해 ‘진정한 협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베놈과 에디가 불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반면, 카니지와 캐서디는 공포와 파괴만을 낳습니다. 이 차이는 후반부 충돌 장면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액션과 유머의 리듬감 있는 전개
‘베놈 2’는 전작보다 더 빠르고 역동적인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사건과 전투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지루함 없이 극을 전개합니다. 특히 베놈과 카니지의 대결은 시각적으로도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두 심비오트가 펼치는 전투는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움직임과 연출을 보여줍니다.
또한 코믹 요소는 이번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베놈은 끊임없이 에디에게 잔소리를 하고, 인간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도합니다. 특히 베놈이 클럽에서 홀로 연설하는 장면이나 닭들과의 생활에서 보이는 행동은 전투력과는 별개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려줍니다. 이 같은 유머는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의 템포를 부드럽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공포물이나 범죄물로 빠지지 않도록 돕습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에디와 베놈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다시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갑니다. 카니지와의 마지막 전투는 단지 물리적인 싸움이 아니라, 두 존재가 얼마나 깊은 신뢰를 쌓았는지를 증명하는 장면입니다. 에디는 더 이상 베놈을 짐처럼 여기지 않고, 베놈은 에디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하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며,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다른 위치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는 베놈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연결될 가능성이 드러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텔레비전에 등장한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는 베놈의 장면은 앞으로의 전개에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마블 세계관이 점점 더 통합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확장성 또한 강조됩니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단독 영화로서의 완결성과 마블 세계관 속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입니다. 전편의 설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새로운 빌런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스토리를 탄탄하게 전개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존, 갈등과 화해, 협력과 파괴라는 구조는 단순한 히어로물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영화는 기존 마블 영화가 보여주지 않았던 독특한 관계성과 유머, 그리고 다층적인 내면 드라마를 보여주며, 히어로 영화의 다양성을 한층 넓혔습니다. 베놈과 에디, 카니지와 캐서디라는 두 쌍의 결합 구조는 단지 강함의 비교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서사로 기능합니다. 결국 '베놈 2'는 액션과 감정, 유머와 상징성을 모두 아우르며 관객에게 새로운 형태의 히어로 영화를 제시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