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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 공생체, 에디 브록, 다크 히어로

by 멍멍애기 2025. 7. 5.

 

 

2018년 개봉한 영화 **베놈(Venom)**은 기존 마블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색채를 지닌 작품입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이 영화는, 주인공이 영웅이라기보다는 ‘반영웅’ 혹은 ‘안티히어로’로 분류되며, 도덕적 회색지대에서 고뇌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세계관에서 진행되는 이 영화는, 마블 코믹스의 팬들에게 익숙한 ‘베놈’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특히 소니 픽처스가 단독 제작한 이 작품은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정의와 선함이 아닌, 통제되지 않는 힘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과의 갈등을 주요 테마로 삼습니다.

주인공 에디 브록(톰 하디 분)은 베놈이라는 외계 생명체와 ‘공생’ 관계를 맺으며 이전에는 없던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그 힘은 그를 통제 불가능한 존재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상반된 에너지를 흥미롭게 그리며,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의 히어로 영화를 경험하게 해 줍니다.

공생체, 낯선 존재와의 불완전한 연대

베놈의 가장 핵심적인 설정은 ‘심비오트’라는 외계 생명체입니다. 심비오트는 숙주에 기생하며 그 존재의 생명을 흡수하지만, 동시에 그 숙주에게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영화는 바로 이 ‘공생’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에디 브록과 베놈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색합니다.

에디는 원래 정의감 넘치는 탐사 기자입니다. 거대 기업의 부정과 과학적 윤리를 파헤치는 데 집착하던 그는, 결국 라이트 재단의 연구소에 접근하게 되며 심비오트와 접촉하게 됩니다. 이때 베놈은 에디의 몸속에 들어와 통제력을 행사하며, 두 인격이 한 육체에 공존하는 설정이 펼쳐집니다. 이 구조는 마치 고전적인 괴물 이야기, 또는 이중인격 서사를 연상케 하며 관객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심비오트는 단순히 에디의 힘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에디의 의지와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에디가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도 베놈은 폭력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호 이해와 타협의 과정을 거치며 관계의 전환을 겪게 됩니다.

초반의 관계는 기생과 저항이지만, 점차 두 존재는 서로의 목적을 이해하게 됩니다. 베놈은 에디의 인간적인 감정과 애정을 통해 자기 자신도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에디는 베놈이 단순한 괴물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 아닌, 두 존재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진화해 나가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바로 이 점에서 베놈은 기존 히어로 영화와 구별되는 독특한 감정선을 갖게 됩니다.

에디 브록, 비틀린 영웅의 성장기

톰 하디가 연기한 에디 브록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그는 정의감은 있지만 충동적이고, 사회와 타협하지 못하며, 직업도, 연인도 모두 잃은 상태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채 등장합니다. 이처럼 흔들리는 캐릭터가 히어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영화의 중심축이 됩니다.

에디는 심비오트와 결합한 이후부터 상식 밖의 능력을 경험하게 되며, 동시에 본인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베놈이라는 존재는 물리적인 능력을 제공하지만, 그만큼의 윤리적 부담과 책임도 함께 주어집니다. 에디는 과연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선과 악의 경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피해를 주는 상황에서도, 그는 인간적인 양심과 베놈의 충동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심비오트 ‘라이엇’과의 대립은, 에디와 베놈이 진정으로 ‘공생’하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에디는 점차 진정한 의미의 ‘히어로’가 되어갑니다. 완벽하거나 고결한 영웅은 아니지만,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의에 대한 본능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처럼 결점 많고 현실적인 주인공은 관객들에게 더 큰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며, ‘히어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합니다. 톰 하디는 이 복합적인 인물을 유머, 혼란, 결단을 오가는 연기를 통해 실감 나게 표현하였고, 그의 열연은 영화의 몰입도를 크게 높이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다크 히어로 장르의 가능성과 한계

베놈은 히어로 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비틀며, 보다 어둡고 혼란스러운 세계관을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정의와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피하며, ‘불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영웅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합니다. 그런 점에서 베놈은 다크 히어로라는 장르적 특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마블 특유의 화려함이나 무게감보다는, 코믹함과 불안정함이 공존하는 리듬을 선택합니다. 베놈과 에디의 대화는 종종 유머러스하며, 이중인격의 갈등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를 무겁지 않게 하면서도, 장르적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약간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냅니다. 예컨대 빌런 캐릭터인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의 입체적인 묘사가 다소 부족하며, 심비오트 간의 대결도 시각적으로는 강렬하지만 서사적으로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는 후속작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부분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베놈은 기존 마블 영화들처럼 정교한 유니버스 연결보다는, 독립적인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중심 전개에 집중합니다. 이는 오히려 마블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유도하며,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의 흥행은 후속작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 이어졌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여지를 남겼습니다.

 

 

 

 

베놈은 기존의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와 관계 설정, 그리고 도덕적 회색지대를 효과적으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에디 브록과 베놈의 불완전한 동행은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제시하며, 다크 히어로라는 장르의 매력을 새롭게 보여줍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전개나 악당 묘사에 있어 아쉬움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작품은 캐릭터 중심 서사의 재미와 시각적 스타일, 그리고 신선한 톤을 통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무엇보다도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모습은, 오늘날 히어로 영화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베놈은 이제 단순한 스파이더맨의 적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이고 매력적인 세계를 지닌 안티히어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영화는 앞으로의 다크 히어로 장르와 마블 외곽 세계관 확장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영화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