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Part2. The Other One’은 2022년 개봉한 영화로, 2018년 개봉했던 ‘마녀’의 후속 편입니다. 첫 번째 작품이 미스터리와 액션, 성장서사를 기반으로 인간 병기라는 설정을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면, 이번 속편은 세계관의 확장과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을 통해 서사의 방향을 한층 더 넓혔습니다. 박훈정 감독의 연출 아래, 기존의 강력한 분위기와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의 결이 전작과는 다른 느낌으로 전개됩니다.
이번 영화는 이전 편의 주인공이었던 자윤 대신, 또 다른 실험체인 ‘소녀’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폐허가 된 연구소에서 혼자 깨어난 소녀는 기억이 없는 상태로 낯선 세상과 마주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쫓기고 있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녀는 자신이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자신의 능력과 존재 의미를 자각해 나갑니다. 전작이 '숨겨진 존재의 각성'을 다뤘다면, 이번 속편은 ‘더 많은 마녀들의 존재’를 암시하며 프랜차이즈로의 확장을 선언한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특정 인물의 고유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세계관 중심의 서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세력들이 소녀를 노리며 벌이는 충돌은 단순한 추격전이 아닌, 비밀 연구소와 글로벌 집단, 정부기관의 얽힌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세계관의 무게를 더합니다. 이에 따라 관객은 단일한 액션영화가 아닌, 세계적 스케일의 음모와 대결을 접하는 복합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세계관의 전환은 ‘마녀’ 시리즈가 단순한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규모의 음모론과 초능력자들의 대결 구도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이야기의 배경도 국내를 넘어서 다국적 세력의 개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소녀가 쫓기게 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영화는 자연스럽게 확장된 스케일을 체감하게 합니다.
신예 신시아의 발견과 조력자들의 입체적 서사
‘마녀 Part2’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신예 배우 신시아의 등장이었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김다미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면, 이번에는 신시아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녀는 대사보다 눈빛과 표정, 신체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기존 마녀 캐릭터와는 또 다른 결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순수함과 위협을 동시에 지닌 이중적 면모는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핵심입니다.
신시아가 연기한 ‘소녀’는 말이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오히려 그런 점에서 더욱 신비롭고 두려움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감정 연출의 방식이며, 신예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연기였습니다. 관객은 그녀의 말 없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로 인해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지속됩니다.
소녀를 돕는 인물들 또한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우연히 소녀와 얽히게 된 ‘경희’(박은빈 분)는 처음에는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소녀를 거두지만, 점차 인간적인 유대를 형성하며 조력자로 거듭납니다. 그녀의 동생 ‘대길’(성유빈 분)과 함께한 일상적인 장면들은 극에 감정적 온기를 불어넣고, 소녀의 변화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또한 전편에서 등장했던 조직과 새로운 글로벌 세력들의 갈등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성으로 확장됩니다. 잔혹함과 냉철함을 동시에 지닌 요원 조현(서은수 분)의 존재는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루며, 각 캐릭터의 목적과 선택이 얽히는 다층적인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영화는 조력자뿐만 아니라 대립되는 인물들에게도 충분한 서사적 배경을 부여함으로써 입체적인 인물 군상을 구성해 냅니다.
확장된 액션과 세계관 구축의 완성도
‘마녀 Part2’는 전편에서 보여준 액션의 강렬함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연출을 선보입니다. 초능력과 육탄전이 결합된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여전히 영화의 주요 매력 포인트입니다. 특히 폐허 속 전투, 차량 추격, 집단 대결 장면 등은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는 시리즈 사상 가장 규모 있는 전투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번 영화는 액션 연출에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연출이 돋보입니다. 소녀의 액션은 감정이 통제되지 않은 채 발현되는 압도적인 파괴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원 조현은 세련된 무력과 전술을 기반으로 한 빠른 동작을 선보입니다. 이처럼 캐릭터마다 액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관객은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전투를 경험하게 됩니다.
세계관의 확장 측면에서도 전작을 능가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소녀가 탄생한 배경, 연구소의 목적, 다양한 실험체들의 존재, 그리고 이들을 통제하려는 세력들의 음모는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소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자윤’의 등장은 관객에게 뚜렷한 연결감을 부여하며, 단순한 속편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서사임을 분명히 합니다.
박훈정 감독 특유의 정제된 미장센과 차가운 색감, 공간 활용은 여전히 유지되며,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익숙한 톤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통일성은 세계관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영화의 몰입감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과 언어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함께 암시됩니다. 이를 통해 ‘마녀’ 시리즈는 향후 국제적인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정체성과 다음 편에 대한 기대
‘마녀 Part2’는 전편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설정을 통해 ‘마녀 유니버스’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단순히 자윤의 후일담이 아닌, 동일한 세계에서 또 다른 주인공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구조는 장기적인 시리즈 구축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마녀 시리즈는 마블이나 DC처럼 각 캐릭터의 서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된 이야기들이 모여 전체 세계관을 형성하는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이는 한국형 SF 및 액션 장르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몇몇 설명 부족이나 캐릭터 간의 관계 정립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으나, 시리즈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셈입니다.
전작과 비교해 감정선은 다소 얕게 느껴질 수 있으나, 스케일의 확장과 정보의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속편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다음 편을 위한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성공적인 발판을 마련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암시된 새로운 실험체의 등장은 또 다른 마녀의 서사를 예고하며, 시리즈의 흐름을 한층 흥미롭게 만듭니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은 새로운 주인공을 통한 이야기의 확장, 한층 진화한 액션 연출, 다국적 캐릭터와 글로벌 스케일의 세계관을 통해 한국형 SF 액션 프랜차이즈의 청사진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후속 편이 어떻게 이어질지에 따라 이 시리즈는 더욱 강력한 서사적 확장성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가질 수 있으며, 박훈정 감독의 비전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 중심 SF 액션 시리즈로서의 가치는 더욱 돋보입니다. 소녀, 자윤 등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에서 활약하며, 단순한 복수극이나 성장담이 아닌 ‘기원과 진화’를 담은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 시리즈가 향후 어떻게 완성도를 높여갈지에 따라, 한국 영화 산업에서도 새로운 장르 영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